홍콩영화는 장르의 유행에 민감한 편인데, 70년대 이전에는 전형적인 무협, 80년대에는 현대 액션물과 귀신, 강시 물이 유행을 탔다. 한 번 유행하면 아류작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데, 89년 장르의 흐름을 새로 여는 영화가 나온다. 바로 지존무상과 도신이었다. 카지노 무비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면서 카지노 영화 붐을 일으켰는데, 지존무상과 도신의 시리즈로는 많이 나왔다고 하기 뭐하지만, 이름이 비슷한 아류작들은 정말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 인기의 중심에 왕정 감독이 있었고, 주윤발, 유덕화, 주성치 등은 그 인기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이 들 외에도 알만한 홍콩 배우치고 카지노 영화에 한 번 안 나온 배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지존무상은 정통스러운 갱스터 영화에 가깝다면, 도신 같은 경우는 코믹함을 가미했다. 당시에 홍콩영화는 대만을 통해 수입되었는데, 우리나라는 대만판 제목인 정전자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다. 근데 왜 대만에서 정전자라는 제목을 썼는지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나도 잘 모르겠다. 조금은 뜬금없다. 그런데 몇 년 후 도신 2가 수입되었을 때는 그냥 또 도신 2로 개봉했다. 아마 수입한 업체가 달랐는지 제목이 연결이 안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수입한 것 같다.
아무튼 도신은 주윤발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기억상실증에 걸려 어린아이처럼 구는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였고, 평소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주로 해오던 유덕화는 약간은 어리숙한 모습으로 나온다. 왕조현은 기존의 히로인 캐릭터는 온 데 간데없고, 그냥 캐릭터가 살지 못했으며, 장민은 그 분량이 극히 적어서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튼 유덕화를 비롯해 주조연 급들이 대부분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고, 오로지 주윤발이 압도적으로 캐리하고 있고, 그리고 또 한 배우 향화강이 눈에 띄는데 매서운 눈매의 특수부대 출신으로 나오는 보디가드 역할이다.
얘기하면 긴데 이 영화의 출품인(제작자)가 향화승, 향화강 형제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에 영화계에는 삼합회가 깊숙이 관여되어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고 그중에서도 이 두 형제는 영화계 출신으로 삼합회쪽에 발을 걸친 사람들이 아니고, 삼합회 사람이 영화계에 발을 걸친 인물이다. 그 매서운 눈빛이 연기가 아니고 그냥 찐이다.
뭐 TMI고, 아무튼 그럼 본격적으로 리뷰 스타트~
등장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도신, 주윤발 시력, 청력, 촉감 등등 도신은 오감을 동원하여 카드게임에 임하는 사람... 아니 육감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그는 차 패... 즉 패를 바꿔 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존무상은 정상적인 카드게임을 하는 영화고, 도신은 약간의 초능력을 쓸 줄 아는 설정이다. 도신 2에서는 도신보다 뛰어난 초능력자도 등장한다. 시리즈가 넘어가면서 주성치의 도성 시리즈 같은 경우 초능력이 난무하게 되는데, 각자가 다 재미가 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도신까지가 선을 지켜가면서 혹시나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라면, 도성은 판타지의 가깝다 ㅎㅎ
그의 상대는 일본인이다.
도신은 심복에게 무승부가 나오면 패배로 인정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은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남성을 가볍게 이겼다.
일본 여성과 겨루는데 주사위를 컵에 넣고 흔들어서 작은 숫자가 나와야 이긴다. 근데 선을 잡은 여자는 여섯 개 모두 1이 나왔다. 똑같이 나와도 무슨 부일 수밖에 없는 승부다. 그런데 도신은 나온 숫자를 보고도 여유 있게 박수를 쳐준다.
이제 도신 차례, 웃옷을 벗고 넥타이를 정리한다. 컵은 너무 가볍다며 자신에게 맞는 걸로 교체한다. 눈 빛이 달라진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런데 까기 전에 고진은 힘이 너무 셌다며 사과를 한다... 주사위가 한 개가 깨졌다... 상식을 깼지만 정해진 룰도 없다. 5개로 인정되어 도신은 승리한다.
쿨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일본인,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랴
끝나고 일본인과 끝나고 한잔하면서 진금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가 그자에게 속임수로 져서 분함을 못 참고 자살하셨다고 한다. 직접 상대하고 싶으나 조직 간의 관계가 얽혀있어 직접 할 수 없으니 부탁을 하는 상황, 일본인은 도와주지 않는다면 아버님 뵐 낯도 없다며, 본인도 할복할 의지를 내비친다. 이에 흔쾌히 승낙하는 고진
그에게 보디가드를 붙여준다. 눈빛이 살발한 이 사람은 특수부대 출신이다. 도신의 그림자가 된다.
유덕화와 왕조현 등장~ 이 둘은 연인인데 딱히 직업은 없어 보이고, 도박판을 전전하는 동네 한량, 양아치 정도다.
오늘도 도박판을 기웃대는데, 하우스 주인은 성규안이다. 성규안 배우는 깡패 전문 배우로 왕정 영화나 주성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감초 역할이다.
고진은 특별한 습관이 있는데 바로 초콜릿을 즐겨 먹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특정 제품만 즐겨 먹고, 게임이 있을 땐 특히나 그의 힘의 원천이 되는 듯하다.
이번에 게임을 하는 데 아마도 친구의 복수를 해주는 듯하다.
친구가 잃은 만큼 다시 따주는데 그리 어려운 게임은 아닌 듯하다.
여유 있게 이기고 나니 보스의 표정이 똥 씹은 얼굴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수표에 사인을 해서 건네주는데...
그렇게 기쁜 승리를 하고 나왔는데, 심복 아의와 그 친구에게 따로 갈 것을 지시한다. 무언가 예상을 다 하고 있는 듯하다.
그 이유를 묻자 당연하다는 듯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진리를 얘기해준다. 돈은 땄지만 쉽사리 들고 갈 수 없는 판때기인 것을 이미 다 눈치챈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우스를 벗어나자마자 어마어마한 무리가 뒤 따른다.
따로 전철을 탄 고진은 호신술 책자를 보고 있는데...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의 그림자 같은 보디가드, 용오가 그를 보호해주기 위해 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는 무술 실력에서 한계가 어디인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날랜 데다가...
가장 잘 다루는 건 바로 총이다. 순식간에 상황은 정리되어 버리고, 고진은 뒷정리를 맡기고 먼저 내린다. 그런데...
한적한 마을을 걷다가 그만 함정에 걸려 발을 헛디뎌 언덕에서 제대로 굴러 머리를 부딪힌다.
그 함정은 도자이가, 유덕화 무리가 심성 나쁜 외국인을 넘어지게 하려 설치해놓은 것이었는데, 재수 없게도, 우연히 지나던 고진이 잘 못 만진 것이다.
서로에게 책임을 미뤄 보지만 그런다고, 쓰러진 사람이 벌떡 일어나기라도 하랴...
병원에 데려갈 상황이 안되어 셋은 낑낑대며 집으로 옮긴다.
하지만 아무래도 덩치가 있다 보니 드는 게 쉽지가 않다... 데려가면서 머리에 한 번 더 충격을 주고 만다.
할머니가 민간요법을 써보지만... 황당하기 그지 않는 치료법이다. ㅎㅎ
제버릇 개 못 준다고... 지갑에 손대는걸 왕조현이 말린다.
과거의 기억이 문득 떠오르며 악몽을 꾸는 도진~
다음날 깨어나긴 했는데 상태가 영 이상하다. 어린아이처럼 소리만 지르고, 자기 자신이 누군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
유덕화는 장난치는 거라 치부하지만
상태가 영 아닌 것 같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돌아가지 못하고, 유덕화 일당과 임시로 같이 살게 되었다.
평소 도박을 즐겨하는 유덕화는 그를 도박판으로 끌어 드리는데, 마치 도박을 많이 해본 사람처럼 연기할 것을 가르치지만 실상은 돈을 따려는 게 아니고 도진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호구 하나를 안겨다 주려는 속셈
그리고 시작하기 전에 유덕화가 시킨 데로 경마에 먼저 배팅을 한다.
시킨 데로 배팅을 하는 성규안
근데 생각한 것과 뭔가 다른 흐름이다. 옆에서 패를 다 보고 있었는데도 아무도 모르게 차패 기술을 시전 한 것.
하지만 다음판에 게임 룰도 잘 몰라서 다 잃게 되고, 애초에 결정적인 순간에 왕조현이 전화를 걸어 훼방을 놓는 작전이었는데 전화가 고장 나는 바람에 판이 망가지게 돼버린 것
그런데... 처음 들어가서 허세 떨듯 걸었던 경마가 이겨 버렸다... 결론적으로는 돈을 따게 된 도신!
집으로 돌아와 믿을 수 없던 차패 기술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바꾸는 건지는 설명해줄 수 없지만 바꿀 수는 있었다. 그에게는 초능력이 있었기 때문~
자신감을 얻은 그들은 더 큰 판때기로 향한다.
그 판때기의 주인은 다름 아닌 오맹달. 그러고 보니 성규안과 오맹달 이제 두 분 다 고인이 되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근데 이 번에는 뭔가 잘 안됩니다. 그가 즐겨먹는 초콜렛이 준비되지 않았던것. 계속 초콜렛 얘기를 했지만 유덕화는 그게 승부의 요인이 될 거라 생각 않고, 하찮게 여겼던 것
결국 유덕화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빈 털털이가 되어버리고... 빚까지 지게 된다
능력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되었는지 도자이는 도신을 버리고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래도 심성은 착했다... 오래가지 않아 다시 돌아왔고
앞으로는 절대 혼자 두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그를 병원에 데려가 검사도 받는데, 역시나... 기억상실증이다. 수술을 하면 낳을 수 있을 거라는데, 수술비가 만만치 않아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 게다가 오맹달에게 진 도박빚도 아직 갚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오맹달 패거리에게 쫓기는 유덕화
공사장에서 위험천만하게 슈퍼맨 놀이를 해서 그들을 따돌리려 해 보지만
결국엔 제풀이 걸려버리고~
오맹달을 피해 가지 못한다.
한 편 도진은 우연히 자기 옷에 보디가드 용오의 명함이 있는 것을 보고
통화 연결이 되었지만, 기억을 되살리진 못한다.
결국 그들의 선택은 뻥카를 치는 것
일부는 갚을 테니 도신의 체면을 보아 넘어 가 달라고 한 것. 하지만 그들은 도진이 진짜 도신인지는 아직 꿈에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걸 믿을 리 없는 오맹달
하지만 그는 진짜 도신이었다.
아무리 정신이 나갔다 한들... 초콜릿을 먹은 도신은
이런 허접 대기 앞에서 굴욕을 당할리 만무하다.
어마어마한 셔플 기술과, 어마어마한 칼놀림으로 오맹달을 압도해 버리는 도신
다행히 큰 문제없이 위기를 넘기고 묶여있던 도자기도 풀려나게 된다.
사라진 도진을 그리워하며 그의 심복 아의가 의심스럽다는 정황을 녹취로 남기는 장민
한편 도진의 심복 아의는 돌아오지 않는 고진을 배신하고, 술에 취해 고진의 아내방에 침입해서 몹쓸 짓을 시도한다.
실랑이를 하던 중 그는 그녀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녹음테이프는 다 뽑아서
불태워 버린다.
그는 이미 고진을 져버린 지 오래다.
배신한 아의가 일당과 함께 도진을 잡으로 오고, 고진의 위치를 파악해 용오가 도우러 왔지만
쏟아져 나오는 적을 용오 혼자서 다 상대 가기에는 쉽지가 않다. 화려한 총격신으로 상대를 잡아나가다 주으면서 용오를 양팔로 묶어놓는 바람에 움직이지를 못하게 되고... 고진에게 정신 차리고, 총을 잡으라고 외친다.
이때 옛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며, 총에 맞는 용오를 두 눈으로 지켜만 보단 고진은 드디어 각성한다.
분노의 쌍권총!
이제 완전히 기억이 돌아온 고진
자리를 피하던 고진은 그만 넘어지는 바람에 또 머리를 다치고 만다.
요 새끼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진을 돌봐주고... 정신 차린 고진은 찾아오는 도자이, 유덕화를 모른척한다.
하지만 모르는 척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으니...
이제 퇴원하여 아내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던 도진... 그에게 전화가 한 통 오는데...
아의는 진금성에게 붙어서 도신의 비밀을 가르쳐 주고, 고진을 속여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
드디어 결전의 순간...
아의가 일러준 도신의 비밀 반지...
하지만... 도신은 도신일 뿐... 이런 소인배의 속임수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지금 성은 마지막까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듯 하지만...
도신은 이미 모든 계산을 맞춰 놓고 승부에 임했으니 한치의 실수도 없었다.
이렇게 큰 게임 하나를 마무리하는 도신
그는 도자이 집에 돌아와 섭섭해하던 그를 달래주며 모든 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왕정의 영화를 보면 완성도가 떨어져서 영화의 퀄리티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러나 도신은 그의 영화 중 몇 안 되는 웰메이드 영화라 생각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타짜 정도의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도신이 없었다면 타짜도 나올 수 없었을 거라 확신하기에 꼭 한 번 보셨으면 좋겠다. 영화 스토리 전반을 리뷰했지만 승부장면과 반전 부분은 오픈하지 않았으니, 리뷰를 보고 영화를 보더라도 충분히 재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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