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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리뷰에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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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초등학교 3~5학년 전후로는 주로 만화영화를 많이 보았고, 6학년 때 전학을 간 이후로 본격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신도시에 새로 생긴 학교, 1회 졸업 예정생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였던 것 같다. 그리고 1회 졸업생이 되었고, 곧이어 또 전학을 갔다. 거기는 완전한 신도시는 아니었지만 신도시에 가까운 곳 중학교는 3회 졸업 예정이었고, 4월즘엔가 조금 애매한 시기에 전학을 간 나는 친구들과 불편할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학교 밖에서 까지 자주 만나면서 놀거나 하진 않는 성격이었다. 방과 후 나의 시간은 온전히 비디오 보는 시간이었다.

 

고득 학교 2학년 될 때까지는 나는 거의 매일 비디오를 2~3편씩 봤던 것 같다. 집에는 항상 3편~5편 정도의 비디오가 쌓여 있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비디오 대여료가 보통 2~3천 원 정도 했는데, 중학생 때부터 컴퓨터가 보급되고, VCD나 레이저 CD도 나오고 다양한 매체가 생기고 IPTV는 좀 더 뒤에 고등학생 때 즘 나왔지만 케이블 TV가 대중화되던 그런 때였다. 그러면서 점차 비디오 시장이 위축되어갔고, 최신 비디오는 천 5백 원~2천 원 정도 했지만 지나간 비디오는 200~300원이면 볼 수 있게 되는 그런 시기 었다. 그때가 비디오 시장의 막바지였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비디오 가게는 대부분 폐업된다.

 

그 막바지에 나는 영화에 빠졌고, 매월 영화잡지 3권을 정독하고, 매주 비디오가게에 나오는 비디오 소개 책자를 달달 외우듯 했다. 당시에는 취미를 넘어서 집착에 가까웠고, 영화를 즐기기보다는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았다. 그렇게 한 5년 정도. 비디오 가게를 3~4번 옮겼던 거 같다. 집에서 20~30분 거리 되는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가게를 옮기는 이유는 내 나이에 볼 수 있는 건 다 보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했던거는 그때 당시에는 봤던 모든 영화가 내 기억 속에 있었고, 안 본 영화라 할지라도, 영화잡지나 비디오 소개 책자에서 본, 감독, 출연진, 시놉시스가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요즘은 무언가를 좋아하고 거기에 돈을 쓰고, 시간을 쓰는 걸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 덕질이라고 완화된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근데 나때만 해도 그 정도의 광기에 가까운 덕질은 흔치 않았다. 그런데 그걸 딱 끊었던 게 고2 때였다. 감독이 되기 위해서 영화아카데미에 가고 싶었고, 영화아카데미에 가기 위해 아무 대학이라도 갔어야 했는데, 영화 때문에 대학교를 못 갔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를 딱 끊었고, 딱 1년반후에 수능을 본 후에 다시 갔다. 

 

근데 1년 반동안 딱 끊어버리니 내가 가졌던 열정도 식어버렸다. 꼭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공부하는 입장에서 취미로 바뀌었고. 취미로 바뀌자 머릿속에 차곡히 정리되어있던 데이터들도 자연스럽게 희석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10년을 넘어 20년 즘 지난 지금 영화는 나에게 무엇일까. 어떤 의미일까? 예전같은 열정은 없지만 옛 추억을 되짚어가는 시간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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